
금속은 차갑지만, 그 표면에는 손의 온기가 남아 있다.
‘올해의 금속공예가상’은 국내 유일의 금속공예 전문 미술관인 유리지공예관이 주최하고 대한민국 비철금속 분야 최우수 기업인 (주) 고려아연의 후원으로 열리는 시상제도다.
오석천 공예가의 수상작가 작품전이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인사아트센터 6층(인사동길 41-1)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은과 구리를 겹겹이 적층하고 두드리는 고난도의 금속공예 기법을 통해, 기술을 넘어 시간과 노동의 서사를 담아낸 작가의 대표 수상작들을 집중 조명한다.
오석천은 은과 구리를 녹여 붙인 뒤, 이를 다시 얇게 펴고 수십 겹으로 쌓아 올린다.
이후 일부 층만을 파내 문양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업을 완성한다.
오 공예가는 이 과정을 “금속을 쌓는다는 개념 자체가 하나의 레이어를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겉으로 보면 작은 패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천 번, 수만 번의 망치 터치가 들어가 있습니다. 모든 표면은 손이 지나간 기록이에요.”
오 공예가가 주로 사용하는 기법은 일본에서 유래한 모쿠메가네(Mokume-gane)로, 국내에서는 거의 시도되지 않는 방식이다.
색이다른 금속을 여러개 층층히 붙여서 연마작업과 전기로를 이용해 금속들을 붙이고, 이걸 다시 연마후 롤러로 압연시키거나 망치로 두들겨 납작하게 만들어 이것에 문양을 새겨 만드는 작업으로 알려져있다.
오석천은 이 기법을 단순한 장식적 문양이 아닌, 시간의 축적을 드러내는 조형 언어로 확장해 왔다.
“20겹이 쌓여 있어도 전부를 뚫지는 않아요. 여섯 겹, 일곱 겹만 파내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무늬가 생성됩니다. 의도와 우연이 함께 작동하는 지점이죠.”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는 평균 약 3개월이 소요된다. 작가는 제작 시간에 대해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상상했던 대로 작품이 나왔을 때, 그 순간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또 공모전에 출품해 좋은 평가를 받을 때 ‘아,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틀리지는 않았구나’라는 확신을 얻게 되죠.”
오석천의 작업은 공예와 미술의 경계에 서 있다.
오 공예가는 한국 사회에서 금속공예가 여전히 ‘공예품’으로만 소비되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다.
“미술은 예술로 받아들여지는데, 공예는 아직 상품으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금속공예도 충분히 동시대 미술로 이야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향후 작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 공예가는 앞으로 기술적 완성도를 유지하되, 작가 개인의 감정과 서사를 더 전면에 드러내는 작업으로 확장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기술을 보여주는 데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제 삶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작업을 더 고민하고 싶어요. 조금 힘을 빼고, 대신 이야기를 더 얹는 방향으로요.”
약 15년간 금속공예 작업을 이어온 오석천은 한국공예대전, 청주비엔날레 등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일부 작품은 공공 컬렉션에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성과를 집약해 보여주는 동시에, 금속공예가 지닌 예술적 가능성을 다시 묻는 자리였다.
“머리로는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손은 늘 금속을 두드리고 있더라고요. 결국 계속 만들 수밖에 없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인사동이라는 장소성 역시 이번 전시에 의미를 더한다. 전통과 현대가 교차해 온 공간에서 열린 이번 수상작가 작품전은, 금속공예가 기술을 넘어 시간·노동·삶의 흔적을 담아내는 동시대 미술의 한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조용히 증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