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도자 문화의 중심지 이천에서 35년간 전통을 지켜온 '대광도요' 도예가 이영호는 조선 달항아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최근 전통 공예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그는 달항아리 제작 공정과 전통적 미감, 그리고 글로벌 시장 가능성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달항아리의 본질: “붙임 자국조차도 아름다움이다”
전통 달항아리의 가장 큰 특징은 ‘반반을 붙이는 구조’다.
옛 장인들은 한 번에 큰 기물을 만들 기술이 부족해 두 개의 반구를 이어 붙였다.
현대 기술로는 한 번에 만들 수 있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옛 제작 방식 그대로 재현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손님들은 한 번에 만든 깨끗한 항아리보다, 붙임 자국이 남은 전통 방식을 더 인정합니다. 그게 전통의 미감이죠.”
하지만 붙임 방식은 제작 난이도가 훨씬 높다.
가마에서 수축률이 달라 붙임 부분이 터지기 쉬워 10개 중 1~2개만 온전하게 남는 수준이다. 때문에 큰 달항아리는 가격이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까지도 올라간다.
■ “달항아리는 보면 볼수록 질리지 않는 추상미”
이영호는 달항아리의 매력을 ‘절대 질리지 않는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설명한다. 완벽히 매끈한 곡선보다 약간의 흔들림과 불규칙한 유약의 흐름이 오히려 더 깊은 미감을 만든다고 말한다.
“불고기처럼 은은하게 번지는 유약 자국, 아주 미세한 곡선의 변화… 이런 자연스러움이 달항아리를 더 아름답게 하죠.”
그는 달항아리를 추상 미술에 가까운 오브제로 바라보며, 현대 거주 공간에서도 독립적인 미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 한국 전통 도자기의 글로벌 가능성
최근 K-컬처의 확산과 함께 한국 도자기를 찾는 해외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영호는 외국 고객들이 특히 달항아리에 담긴 ‘재물·기운의 상징성’, ‘물의 기운’, ‘동양적 조형미’ 등에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요즘 젊은 세대도 차 문화에 관심이 많아졌고, 해외에서도 한국의 다과 문화, 전통 도자기 문의가 확실히 늘었습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실제로 인터뷰 중에도 해외 고객 배송 문의가 많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그는 해외 운송을 위해 신문지·에어캡·스티로폼·충격 흡수재를 조합해 이중·삼중 포장 방식을 사용하며, 파손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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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 도예 마을의 변화
이영호가 활동하는 이천은 오랜 기간 한국 도자기의 중심지였다. 최근에는 관광객이 늘면서 갤러리·상점·작업실이 활기를 찾고 있으며, 땅값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예전에는 특별한 관광지는 아니었는데, 요즘은 갤러리도 많이 생기고 관심이 높아졌어요.”
그는 이러한 변화가 전통 도자기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 35년 장인의 철학: “도자기는 평생 봐야 배우는 기술”
이영호는 청자부터 백자, 천목까지 다양한 시도를 거쳐 지금의 달항아리에 이르렀다.
그는 도예를 “평생 봐야 하고, 손으로 느껴야 하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도자기는 사람 손과 불이 함께 만드는 예술입니다. 기술은 좋아졌지만, 전통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어요. 오히려 그 시대의 흔적을 그대로 담는 것, 그게 장인의 역할입니다.”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조선 달항아리’는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오브제다.
이영호는 과거의 기술을 재현하면서도 현대인의 감각에 맞는 디자인과 실용성을 고민해 왔다.
그의 작업은 한국 도자 문화가 앞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확장해 나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