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는 영웅들이 아니라, 이름 없는 사람들이 만든다.”
조정태 화가의 말은 이번 개인전을 꿰뚫는 주제다.
지난 17일 열린 조정태 화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3층에 들어서면, 모래와 흙이 두텁게 쌓인 거대한 화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검붉은 불꽃이 치솟고, 은하수가 흩뿌려지며, 한 척의 배가 어둠 속을 떠간다.
얼핏 보면 서사적인 장면 같지만, 작가는 이 배를 “영웅의 군선이 아니라, 이름 없이 스러져간 이들을 실어 나르는 상여”라고 설명한다.
그는 ‘영웅’보다 ‘무명’이라는 단어를 거듭했다. “이순신 장군, 강감찬 장군의 이름은 역사의 기록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그 곁에서 목숨을 잃은 병사들의 이름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저는 바로 그 사람들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작가는 그 무명의 존재들을 은하수의 별빛으로 환원한다. 별 하나하나가 곧 한 사람의 생애이며, 희생이라는 것이다.

조정태 화가는 “작은 점 하나가 장식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삶이고, 희생이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통 의식에서 길어올린 상징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배, 불꽃, 별의 모티프는 전통 의식에서 비롯됐다.
조 화가는 바닷가 마을에서 본 용왕제, 장례 의식에서 영혼을 저편으로 실어 나르는 상여의 기억을 작품 속에 불러왔다. “배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영혼을 건너 보내는 도구이자 또 다른 세계로의 이행을 상징합니다.” 화폭 위에 켜켜이 쌓인 흙, 모래, 불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다. 그것은 곧 역사적 층위와 기억의 중첩을 은유한다.

전통과 현대, 삶과 죽음, 기록과 망각의 경계가 뒤섞이며, 관객은 익명의 무리와 마주하게 된다. 기술과 인간 본성에 대한 불편한 질문 작가는 작품을 통해 동시대의 문제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인공지능, 딥페이크 같은 신기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현실을 바라보며, 그는 단호히 말했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먼저 악용됐습니다. 컴퓨터도, 인공지능도 그랬죠. 결국 그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는 인간 본성에 달려 있습니다.” 작품 속 일부는 어두운 색채와 번쩍이는 빛의 흔적을 대비시키며, 문명의 양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것은 기술 발전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지, 인간의 선택이 과연 성숙할 수 있는지 묻는 시각적 질문이다.
그의 시선은 미술계 현실에도 향한다. “요즘은 미술이 팔릴 수 있는가, 주목받을 수 있는가가 우선시 돼 본인의 작품도 그 트렌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습니다. 쇼킹하고 자극적인 작품이 빠르게 소비되는 현실이죠. 하지만 저는 저만이 좋아하는 개성있는 작품에 집중합니다.”
작품의 모방에 대해서도 그는 의외의 관대함을 보인다. “누군가 내 그림을 보고 따라 해도 괜찮습니다. 그걸 자기화해서 더 좋은 작품으로 만든다면, 그게 미술의 발전 아닐까요?” 다만 그는 단순한 복제와 표절은 결코 예술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정당성이 없는 모방은 결국 시장에서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망각된 자들을 위한 예술 작가의 회화는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망각된 자들을 위한 숭배이자, 오늘의 관객에게 건네는 질문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지만, 진짜 인간사는 이름 없는 사람들이 써왔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그림으로나마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는 화려한 영웅담을 외면한다. 대신 무명인의 희생, 문명의 양면성, 상업화된 예술의 현실을 교차시키며 관객을 불편한 질문 앞에 세운다.

특히 관객들은 조정태 개인전 앞에서 '역사는 누구의 이름으로 기록되는가. 예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지난 17일 시작된 조정태 화가의 개인전은 오는 22일 까지 계속되며 명멸明滅-별들의 이야기 가 부주제로서 , 지난 2012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매달렸던 '별이 된 사람들' 연작으로 역사적인 흐름을 화폭에 담아내는 민중 미술작가로서 , 과거 1년동안 중국에서의 거주 경험이 자신으 그림 활동 경력에 큰 전환점이 됬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