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작가 주현수가 상상하는 미래의 복제인간(만든 회사의 번호도 있음) 을 발견한 고고학자의 책상 밸브 , 작가 주현수가 설정한 미래
작가 주현수(b, 1998)의 최근 전시회가 갤러리 이즈 (인사동길 52-1) 에서 지난달 24일 부터 30일까지 진행됬다.
이번 작가 주현수 전시회는 ‘상상적 고고학’이라는 독자적 층위를 구축한다. 그는 *“만약 복제 인간이 존재하게되고, 수십만 년 뒤 화석으로 발견된다면?”*이라는 가설적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 질문은 단순한 공상적 설정을 넘어, 인간을 비인간화해온 역사적 맥락을 소환하며 동시대적 윤리 문제로 확장된다.
이 발상은 영화 더 아일랜드에서 착안한 것이지만,
주 작가는 이를 단순히 영화적 장치에 머물지 않고, 인류가 반복해온 비인간화의 역사와 결합시킨다. 노예제, 전쟁, 선전 속에서 인간을 ‘덜 인간적인 존재’로 전락시켜온 과정이 복제 인간의 서사와 겹쳐지며, 작품은 곧 사회적 상상력의 무대가 된다.
복제 인간이라는 서사는 그 자체로 현대 과학기술 담론과 맞닿아 있으나, 작가 주현수가 이를 다루는 방식은 공학적 상상력이 아니라 정치적·인류학적 상상력에 가깝다.
노예제, 전쟁, 선전과 같은 역사적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인간성의 박탈은, 그의 작품 속 ‘화석’의 은유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화석화된 뼈의 형상은 단지 신체의 잔여물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복제인구로 도구화하는 과정의 사회적 기호로 작동한다.
형식적으로 그의 작업은 도자와 메탈의 결합을 통해 모순적 물성을 구현한다.
금속의 차가움과 도자의 파 fragility는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이는 곧 인간 존재의 양가적 조건—견고하면서도 쉽게 파괴되는 존재론적 상태—를 환기한다.

이러한 조형 언어는 단순히 미적 실험에 그치지 않고, 물질 자체가 지닌 상징적 층위를 통해 인간 실존을 재사유하도록 유도한다.
주 작가의 화석적 이미지들은 피부, 성별, 인종을 지워낸 ‘탈-개별적 인간’을 제시한다. 이는 인간의 차이를 지워버린 보편적 구조, 즉 뼈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인간 본연의 존재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다시 말해, 그의 조각은 개체적 정체성을 삭제하는 동시에,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원초적 공통성으로 회귀한다. 이는 ‘인간성(humanness)’을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철학적 질문을 다시 호출한다.
흥미로운 점은 주현수가 미래를 상상함으로써 과거를 재조명한다는 점이다.
그의 작업의 하이라이트는 미래의 가상적 고고학자가 복제인간을 만든 회사의 책상밸브를 발견한 것을 전시한 지점이다.
작가 주현수의 작품들은 ‘해골의 형상’을 띤다.

피부, 성별, 인종을 지워낸 뼈의 구조는 단순히 형태 실험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원초적인 ‘인간성’에 다가가는 길이다.
그의 미래에 발견된 복제인간 해골 작품들은 지금이 아닌 20만 년 뒤에서 되돌아본 듯한 사회적 기억의 파편이기도 하다.
작가는 한국의 이형구, 미국의 레이첼 리번 같은 동시대 작가들을 존경하지만, 자신의 세계관은 철저히 신화, SF, 고고학적 상상에서 비롯된다.
“멀리 있는 것 같으면서도, 바로 곁에 있는 듯한 세계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작품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이중성을 품고 있다.
따라서 그의 ‘내일의 화석’은 기술 발전에 대한 예언이라기보다, 인간성 상실에 대한 과정으로 읽힌다.

주현수의 작업은 포스트휴먼 담론 속에서도 특이한 지점을 차지한다.
그는 기술적 진보의 유토피아적 전망이나 인간-기계 결합의 사이보그적 상상력보다, 오히려 상상 속 복제인간 자체가 어떻게 화석화된 흔적으로 환원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는 곧 존재론적 불안과 윤리적 성찰을 촉발하는 지점이다. 결국, 그의 화석적 조각들은 단순히 미래의 유물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사회적 조건을 반영하는 거울이 된다.
그것은 인간 이후의 세계를 사유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오늘날 우리가 만들어가는 인간성의 형태를 되돌아보게 한다.

주 작가의 전시는 미래를 상상하는 방식으로 과거를 비추고, 그 과거의 반복 가능성을 통해 현재의 윤리적 선택을 압박한다.
그의 화석들은 결국 포스트휴먼의 흔적이자, 오늘의 인간 사회가 남길 잠재적 증거물이다.
주 작가의 작업은 미래를 바라보지만, 그 힘은 과거를 되새길 때 드러난다. 인간을 도구화하고, 지워내고, 규정해온 역사적 폭력이 그의 뼈 조각 속에서 다시 떠오른다. 그가 상상하는 복제 인간의 화석은 결국 우리 자신의 흔적—인간의 윤리, 실패, 그리고 꿈을 담은 내일의 화석이다.
